2013년 7월 14일 일요일

유산균

"3억 마리의 유산균이 살아있는 요구르트를 마시면 우리 대장까지 몇마리나 살아서 갈까요?"

진료실에서 내가 흔히 하는 질문이다.
눈치있는 환자분들은 머뭇거린다.

건강한 성인의 경우에는 단 한마리도 대장으로 살아가지 못한다.
위산(PH 2)의 산에 의해서, 췌액(PH 8.5)의 알카리에 의해서 모두 죽는다.

살아있는 균을 입을 통해서 대장까지 보내는 일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우리 인체가 그러한 균의 침입을 막는 방향으로 진화했기 때문이다.
한 때 유산균을 캡슐에 넣어 대장까지 무사히 보낸다는 요구르트가 나오기도 했다. 지금도 팔리는 모양이지만 우리 몸에 불필요한 부담만 줄 뿐이라고 생각한다.

강산에 버틸 수 있는 일부 세균만이 있는 위장,
거의 무균상태인 십이지장과 소장을 거치면
인체와 공생관계에 있는 약 500종의 세균들이 자신들만의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는 대장이 있다.

그렇다면 유산균음료를 마시거나, 김치 국물 혹은 된장의 발효 식품들은 왜 몸에 좋다고 하는 것일까?

발효 식품은 세가지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발효라는 과정을 통하여 생성되는 유익한 물질들을 곧장 흡수 할 수 있다는 것이고,
대장에서 분해하지 못하는 것들을 분해한 결과물을 인체가 얻을 수 있다는 것이고,
대장에서 이루어지는 발효와 분해의 과정을 단축시켜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매일 유산군과립이나 제제를 먹는 것은 유산균이 만들어 놓은 유익한 물질들을 먹는 것이다.
우유를 발효시켜 먹는것은 분해능력이 없는 사람이 우유를 먹게 해 준다.
된장이나 생선을 발효시켜 먹는 것은 발효와 분해의 과장을 단축시키는 것이다.

발효식품을 먹는 것은 유익할 것 같다.
하지만 더욱 중요시 여겨야 할 것은 장내환경이다.

우리 몸의 동맹군인 장내세균이 충분히 역량을 발휘 할 수 있게 장내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운동이나 복식호흡을 통한 장운동의 촉진은 장 스스로의 연동운동을 도와 장내환경을 개선한다.
배를 따뜻하게 관리하고, 전체적인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시켜 효소와 장내세균의 활동력을 증강시키는 것도 그러하다.
일정한 배변습관을 훈련하여 적당한 시기에 장을 비워주는 것도 그러하다.
발효와 분해의 과정을 지나치게 촉진하는 설탕이 든 음식과 발효촉진제(이스트 등)가 든 음식을 적게 섭취하는 것도 중요하다.
일거에 장내 환경을 초토화시키는 항생제의 복용을 최소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발효와 분해의 과정을 너무 지연시키는 산화억제제의 섭취를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

배고픈자에게 물고기 잡는 법을 알려 주는 것은 조금 시간이 걸리고 조금 고생이 될 수 있지만 유익하고 현명한 일일 것이다.

장건강에 문제가 있어서 유산균제품들을 가까이 하는 사람들은 간단히 입에 털어 넣는 제품들을 고르는데에 고민하기 보다는 건강에 도움이 되는 장내환경을 어떻게 만들지 고민을 해야 한다.
자연은 인간이 만들어 낼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만든다.